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와버렸다!
내 짧은 인생 살아오면서 난 2023년이 가장 힘들었고 이제 그보다 더 힘든 일은 없겠지? 라는 알량한 생각을 했다.
세상에 설마 그때만큼 힘든 일이 또 생기겠어?
인생은 내 이 오만한 생각을 철회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2024년을 더 힘든 일로 가득 채워 주었다.
우스갯소리로 '아홉수' 같은 말을 하는데 난 그런 미신을 끼워맞추는 건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2023년이 한국 나이 29였고 2024년에 30인데 나이 체계가 변하면서 다시 29살이 되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를 이렇게 2년이나 힘들게 하냐고 하마터면 아홉수란 걸 믿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역시 그런 건 안 믿는다..
올해는 돈도 돌려받았겠다, 그렇게 인생 경험도 했겠다,
이제 다시 하고 싶은 것들을 공부하고 미래를 꿈꾸며 목표를 이뤄낼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 여러 이유 중 내 과실이라고 느끼는 부분에서는 내게 실망도 컸다.
그리고 돌이켜보았다. 과연 나는 올해와 작년에만 힘들다고 느꼈을까?
아니다. 항상 힘든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고민과 선택과 행동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해 봤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실패 경험들도 미래의 나를 만들겠지?
할 말이 참 많은데 서론마저 길었다.
아무튼 올해는 실패만 가득하다가 연말쯤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으니
회고의 온갖 내용이 실패뿐일 예정이다.
어쨌든 힘든 나날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발버둥을 쳤고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방법, 그리고 나를 돌아보고 나를 이해해 주는 방법을 배웠다.
이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래부터는 일기마냥 말을 더 편하게 쓸 예정.
어떤 실패를 했나 (주의: 짱많음)
- '커리어의 해'라고 했지만...
공부는 진짜 많이 하긴 했음
근데 공부를 하자!가 아니라 결국 결과를 내고 싶었던 거니까
일도 영어도 논문도 다 실패했지
토익/오픽은 학원도 다녀봤지만 결국 연말까지 시험 한 번도 안 봄
이직 준비에 시간 많이 쓰면서 대학원에 쓰는 시간이 아까워져서 아예 휴학을 함
- 이직은 왜 못했냐?
서류 탈락은 그냥 셀 수도 없음, 추천인을 써도 안되기도 함
코테는 난이도도 유형도 천차만별이었는데 다풀었거나, 이정도면 되겠는데? 생각했는데 떨어지기도 함 (반대도 있는게 아이러니,,,)
과제는 진짜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이유를 여쭤보기도 했고 부족했던 점을 깨닫기도 함 (구현 외)
면접은 뭔가 하나라도 아차 싶은게 있으면 떨어졌고 잘 봤다는 시그널을 받았는데도 떨어지기도 함
또, 면접까지 불러놓고 나한테 관심도 없어보이던데 왜 부른지 전혀 모르겠던 면접도 있었음
근데 이제 괜찮다. 덕분에 올해 잘 쉬었다. 내년엔 하겠지 뭐 ~
- 운동의 실패는,,, 다리가 부러짐
다리 부러졌을때도 해프닝이 있는데
저녁시간이어서 24시간 정형외과로 갔는데 당직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건파열이라고 오판을 하심
그자리에서 입원해야된다고 온갖 검사 다시키고 MRI찍고 바로 입원행
의사쌤은 만나지도 못하고 입원부터 한거였는데 검색해보니 건파열이면 1년은 못걷는다고 해서 우울핑..
근데 다음날 아침 출근하신 의사쌤 왈 건파열이 아닌것같은데? 다시 MRI 찍어보자고 하심
다행히(?) 비골 골절이었고.., 깁스, 목발인생 살다가
지금은 다시 잘 붙어가는 상태
- 개인적으로 30살에 이루고 싶었던 목표
1. 돈/차/집
올해 x천만원만 더 모으면 목표 달성할 수 있었는데 일을 못함
입에 풀칠은 해도 고정수입이 없으니 차를 사고 싶었는데 못샀고
청약 무한 실패
청약이야 로또니까 그럴 수 있지?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근접했던 경험이 있어서 더 아쉬운 나 ...
2. 석사
내가 연구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야간 대학원생일 뿐인데도
그냥 어차피 나중에 도전할 것 같으니 빨리 갖고 싶었다.
하지만 막학기를 남겨두고 쉬어버려서 fail
3. 결혼
내 연애도 실패했고 결혼 당연히 실패
또 친한 친구 결혼식 때 부케 받을 예정이었는데 다리 부러져서 결혼식도 목발짚고 겨우 갔음 ㄹㅈㄷ
하지만 30을 보내면서 지금 하는 생각은
아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고 내가 꼭 이런 것들을 이루어내야하는 건 아니구나
사실 욕심인 거 알아도 이루고 싶은 내 목표였을 뿐인데
이제는 그냥 인생은 길고 원하는 대로만 되진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 그 외 자잘한 것들
욕심으로 팀 프로젝트 들어가놓고 말아먹기
상반기 서류 시작할때 졸업시험도 겹치고 여유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참여한 팀 프로젝트는 진행이 잘 안되었고 처음부터 인원 이탈이 많이 발생함
나도 그냥 그만두고 싶었으나 알아서 끝나겠지.. 하며 어영부영 참여하다가 완전한 실패로 끝남
넥스터즈 시니어 설문 1등제출했지만 선정 안되기
넥터는 방학시즌에 하는 거라 딱 25기 시점에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시니어 설문은 앵간하면 선착순 선발이라 손 빠른 나는 안되기도 쉽지 않다구,,,
근데 이때 프론트엔드 멤버가 차고넘쳐서 신입도 거의 못 뽑았던걸로 기억
TO의 중요성 인생은 타이밍이지
하지만 나에겐 너무 억까였던..
여름 야구 당일 우천취소
또 작년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아직도 날 괴롭히는 일 등
이런저런 실패를 겪은 나는
본질적인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끝없이 함
요즘은 유튜브에 정신/심리 관련 좋은 영상이 참 많았음
책도 정신건강에 도움되는 것 위주로 찾아(?) 읽음
나도 잊고있었던 내가 가진 장점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도움이 됨
뭔가를 직접 일깨워준 사람도 있고 ..
비슷한 경험들을 듣고 다들 이겨내며 사는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아니면 가볍게 대화하다보니 그냥 스스로 '아 나 이런 사람이었지..' 라고 돌이켜 본 경우도 있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끝없이 있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은 나
더 이상 실패하거나 이루지 못한 것을 합리화하는 것이 '합리화'가 아니라 진짜 괜찮다는 것을 깨달음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이 말들에 깊이 공감하며 위안도 받고
이 비참하고 볼품없는 순간들을 버티고 맞서면서
이런 시련이 또 올지언정 나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음
그렇기때문에 많은 것에 감사하기
이건 작년 회고에 썼던 말인데
올해는 아무도 챙길 겨를도 없이 나와의 씨름만 하다 이제 나에 대한 혐오를 접고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은 점
나는 원래도 단단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단단해졌다고 믿음
그리고 책을 더 많이 의도적으로 읽어야겠다. 한번씩 생각의 확장이 필요함
내가 정말 부족한 점도 분명 있지만
모든 일이 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것
더 이상 '—하면/—가 끝나면 —해야지'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일상에서 틈틈이 하고싶은 일을 끼워넣기
일을 안하는 동안 맘껏 자고 맘껏 늦게 일어나고 인간이 참 여유로웠음
하지만 완전히 게으르게 살거나 방탕해지지는 않음
난 여전히 잘 살고 싶고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사는 게 좋다.
발레 공연을 보면서 스토리보다 배우들의 대단함과 무대에 서기 위해 쌓아온 노력에 대한 생각을 했고
주연보다 조연에 눈길이 갔다. 그 어떤 조연도 의미없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좋았던 추억
작고..소듕한... 잘한 것과 이뤄낸 일
Study
졸업시험 패스, 디자인패턴/자소서 스터디, NCS/전산/금융상식 공부, 앞단콘 발표
매일 1장 영어 쓰기 습관 100일의 기적 Advanced
작년부터 시작한 이 책 Basic 총 3회 쓰고난 후 Advanced로 넘어와서 1회 쓰기 완
Read a Book
인간관계론 - 데일 카네기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스님
경매야 놀자 - 강은현
Money
나홀로 재판 승소(돈 대신 시간을 쓴 것 같긴함..), 동아리 지원금으로 운동비용 절약,,, ISA 개설
최고의 재테크는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신념 n년째 잘 지키는 중
Blog?
밀도있는 기술글 작성하기에 도전
테블리 피셜 내 블로그는
etc.
동생에게 화해 요청
여러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기
마지막 글또 활동은 열심히 해보기로 함
링크드인 100명찍기
과거 오프라인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보냈고
11, 12월에는 온라인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함께 보내 봤다
프리미엄은 아직 아껴뒀으니 내년에는 500명 찍어볼 수 있겠지
내년 목표?
아직은 목표를 세우기도 좀 피곤하고 잠깐은 지금처럼 흘러가는대로 좀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얼마 안 가서 점점 목표를 세우기 시작할거다.
그러니까 맘 비우고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별 목표 없어도, 난 행복할거고..
다른 건 몰라도 건강하면 좋겠다.
마무리
올해 회고는 글이 정말 길다...
아직도 고민이 된다.. 이런 나의 날 것의 모습을 공개적인 블로그에 남기는 것이 맞나?
맞다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지만 자신 있나 ?!!!!!
한 2?3?년 전 일이다.
'올해 너무 힘들었다. 실패만 했다.' 라는 지인의 인스스를 보고
'사실 저도 실패한 것 많아요. ㅎㅎㅎ' 라고 고백했는데
그분이 '남들의 실패가 위로가 된다' 라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의미심장했다. 헉 이렇게 말을 한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곧 맞는말이라며 끄덕끄덕였다.
그분이 나쁜 사람은 아니고 평소에도 의견 표출에 거리낌이 없으셨으니 역시 조금 솔직한 타입이시구나 생각했다.
어쨌든, 이 일이 떠오른 이유는
올해의 내 실패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면 나도 좋을 것 같아서다.
난 이제 실패를 다 고백할정도로 딛고 일어났으니까 괜찮다.
또, 나는 어디 내놓을만한 글을 쓰는 데에는 정말 소질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 쓰면서도 처음에는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글이니까 좀 각지게 써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일상 이야기 막 쓰다보니까 그냥 혼자 일기장에 적을 만한 일기가... 되
ㅋㅋ 그냥 그런 사람으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럼 내년에도 올해 배운 교훈들을 절대 잊지 않길 바라며
2024 회고 끝.
+) 글을 제출했더니 AI에게 피드백을 얻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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